
한국, 일본, 독일: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은 미생물이 만든 세 가지 음식
서울의 한 가정집 김치냉장고, 교토의 한 미소 양조장, 그리고 뮌헨의 한 자우어크라우트 술통.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이 세 장소에서 거의 동일한 미생물 화학이 진행되고 있다. 배추, 콩, 그리고 양배추라는 서로 다른 식재료를 같은 종류의 박테리아가 분해하며, 같은 종류의 산을 생성하고, 같은 원리로 부패를 막는다. 이 보편 화학의 이름이 락토 발효(lacto-fermentation), 그 주역의 이름이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 LAB)이다.
인류가 발효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수렵 채집에서 농경으로 전환된 직후, 약 6천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시점에서 어떤 문명도 미생물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모든 농경 사회는 곡물, 우유, 채소를 어떻게 발효시켜 보존하는지를 독립적으로 발견했다. 같은 미생물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을 모르는 채, 각 문화는 자신만의 발효 어휘를 발전시켰다. 김치, 미소, 사우어크라우트는 그 다양한 어휘의 세 가지 사례다.
유산균이 하는 일: 산이 만드는 보존의 기적
유산균은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당과 전분을 분해하여 젖산(lactic acid)을 생성하는 박테리아의 한 그룹이다. 라틴어 lactis(우유)에서 이름이 유래했지만, 이름과 달리 유산균은 우유뿐 아니라 채소, 곡물, 콩 등 거의 모든 식재료의 표면에 자연 상태로 존재한다. 식재료가 산소가 차단된 환경에 놓이면 유산균이 우점종으로 번식하고, 그들이 만든 젖산이 환경을 산성화하여 pH를 4 이하로 떨어뜨린다.
이 산성 환경은 부패를 일으키는 다른 미생물들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유산균 자신에게는 친화적이다. 결과적으로 락토 발효는 자가 보존 시스템이다. 한 번 발효가 시작되면 그 환경은 점점 더 유산균에게 유리해지면서 부패균을 자동으로 배제한다. 냉장 기술이 부재했던 시대에 이 시스템은 채소를 한 시즌 이상 보존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Wikipedia의 젖산 발효 항목도 이 산성 보존 원리를 발효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정의한다.
김치: 가장 복잡한 미생물 생태계
김치는 발효 음식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미생물 생태계를 가진다. 단일 종류의 유산균이 아니라 약 10여 종이 시간 순으로 등장하면서 발효 단계마다 다른 풍미를 만든다. 발효 초기에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가 우점종이 되어 부드러운 산미와 약간의 탄산을 만든다. 중반에는 락토바실루스 메센테로이데스(Lactobacillus mesenteroides)가 등장하고, 후반에는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과 김치의 이름을 딴 락토바실루스 김치(Lactobacillus kimchii)가 주역이 되어 깊은 신맛을 만든다.
김치 1그램에 들어 있는 유산균 수는 약 1억 마리에 달하며, 한 통의 김치 안에서는 100종 이상의 미생물이 공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복잡성이 곧 김치의 풍미적 깊이를 만든다. 같은 배추, 같은 양념, 같은 김치를 만들어도 가정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각 가정의 미생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김치 맛이 식당의 김치 맛과 다른 것은 정서적 추억의 문제일 뿐 아니라 객관적인 미생물학적 차이다.
미소: 곰팡이가 시작하고 유산균이 마무리하는 이중 발효
일본의 미소(味噌)는 김치나 사우어크라우트와는 다른 발효 경로를 따른다. 시작점이 박테리아가 아니라 곰팡이이기 때문이다. 첫 단계에서 찐 콩이나 보리에 코지(麹), 즉 아스페르길루스 오리자에(Aspergillus oryzae) 곰팡이를 접종한다. 코지 곰팡이는 단백질과 전분을 분해하여 아미노산과 당으로 전환하는 강력한 효소를 분비하며, 이 단계가 1주에서 2주에 걸쳐 진행된다.
그다음 코지를 소금, 콩, 그리고 시드 미소와 함께 통에 봉인하면, 두 번째 단계의 발효가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는 효모와 유산균이 활동하며, 코지가 생산한 아미노산과 당을 더 복잡한 풍미 분자로 전환한다. 이 과정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지속된다. 1년 이상 숙성된 적미소는 색이 진하고 풍미가 강한 반면, 백미소는 단기 숙성으로 부드러운 단맛을 유지한다. 본 사이트의 우마미에서 다룬 시간이 풍미를 만드는 원리가 미소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사우어크라우트: 가장 단순한 락토 발효의 표준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는 락토 발효의 가장 단순한 형태다. 양배추를 가늘게 채 썰고, 양배추 무게의 약 2퍼센트에 해당하는 소금을 더해 압착한 뒤 산소가 차단된 통에 보관한다. 소금이 양배추에서 수분을 끌어내 자연스럽게 형성된 염수가 유산균의 활동을 지원하며, 외부 미생물의 침입을 막는다.
사우어크라우트의 발효 시퀀스도 김치와 매우 유사하다. 첫 단계에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가 등장하여 이산화탄소와 함께 가벼운 산을 만들고, 그다음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과 페디오코쿠스 세레비시아에(Pediococcus cerevisiae)가 우점종이 되어 더 깊은 산미를 만든다. 18도 환경에서 약 20일이면 산도가 1.7에서 2.3퍼센트에 도달하며, 32도 환경에서는 같은 산도에 8일에서 10일 만에 도달한다. 온도가 발효 속도를 결정하지만, 흥미롭게도 더 느린 발효가 더 복합적인 풍미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발효의 보편성과 지역성: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김치, 미소, 사우어크라우트가 같은 미생물 화학을 공유한다면, 그들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답은 세 가지에 있다. 첫째, 식재료의 차이다. 배추, 콩, 양배추는 각각 다른 당분, 단백질, 비타민 조성을 가지며, 같은 유산균이 다른 출발 물질을 만나면 다른 산물을 만든다. 둘째, 첨가물의 차이다. 김치의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은 다른 두 발효에는 없는 풍미 인자다. 미소의 코지 곰팡이는 김치와 사우어크라우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차이는 시간이다. 사우어크라우트는 보통 2주에서 1개월 사이에 완성되고, 김치는 1주에서 6개월에 걸쳐 다양한 단계에서 소비되며, 미소는 최소 3개월에서 3년 이상 숙성된다. 시간이 길수록 효소와 미생물이 더 깊은 분해를 진행할 시간을 갖고, 그만큼 풍미의 복잡성이 증가한다. 한 사발의 김치찌개, 한 그릇의 미소시루, 한 접시의 사우어크라우트와 소시지. 이 세 가지 식탁의 풍경은 인류가 발견한 한 가지 보편 화학이 세 대륙에서 다른 의식으로 진화한 결과다.